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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By 민트박하 | 2026.05.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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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잖아, 너에게 언제나 최악이지 않았어?


솔직하지만 생각이 깊은 너는 내가 상처 받을 만한 말은 하지 않아. 내가 아파할 말은 하지 않아. 그러니까 물어봐도 소용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지금 이렇게 묻는 것조차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런데도 묻지 않을 수 없었어, 나, 너에게 언제나 최악이지 않았어? 너를 위한다는 말로 알량하게 포장한 감정을 억지로 떠넘겨 너를 부담스럽게 만들지는 않았어? 너를 생각한다는 말로 너를 걱정해서 그런 말로 너를 오히려 힘들게, 귀찮게 만들지는 않았어? 현명한 너는 그런 것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었겠지만, 너는 남의 상처를 함부로 떠안지 않으니까. 타인이 어쩔 수 없는 타인의 감정을 섣불리 들여다보지 않으니까. 괜찮았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사실 네가 괜찮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간혹 불쑥불쑥 생각나. 너는 태연한 척 하면서 무리하지 않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서 멀쩡한 척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니까, 너는 정말로 괜찮으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힘들 때는 솔직하게 힘들다고 말하니까. 너는 누구보다 너를 잘 알고 네가 무리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있다는 거, 전부 다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나는 네가 아니고 아직도 서투른 점이 많아서, 너와는 달라서, 어쩌면 너만큼 생각이 깊지 못하고 너만큼 어른스럽지 못하고 너만큼 침착하지 못해서 나는 계속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나는 쓸데없는 걱정에 하루를 전부 낭비하고도 부족해서 밤새 침대에 누워서도 이리저리 뒤척이며 새벽을 낭비하는 사람이니까.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고 울고 싶다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러다가 울어도 개운하지 않아 여전히 답답한 내 마음에게 다시 속상한 사람이니까. 인간이니까. 사람은 왜 이렇게 불완전하고 불완벽하고 불편할까. 나도 너의 회로처럼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 내고 싶은데.


내가 인간이라는 이유로 변명하고 싶지는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저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야, 내가 아직 충분히 어른스럽지 못하기 때문이야. 아직도 배울 게 많고 익혀야 할 게 많기 때문이야.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이야. 직접 듣지 않으면, 확인하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야. 불안을 잠재우고 다스리는 방법을 달리 알지 못하기 때문이야. 언제나 내가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 옳은 방향인지 올바른 길인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이대로 계속해도 괜찮은지 다른 누군가에게 확인 받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에게 확인을 받아도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언제나 걱정하고 겁에 질려 있고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탓이야. 소용 없는 걸 알면서도 기어이 질문하는 건 내가 어리석기 때문이야. 너에 비해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야. 생각의 깊이도, 양도, 다른 모든 것도.


어떤 호의는 폭력이 되고 어떤 이해는 무관심이 돼. 너도 알고 있잖아, 폭력이 되는 호의와 무관심이 되는 이해를. 상대방을 서툴게 쓰다듬으려다가 오히려 손톱으로 긁어 버리게 되는 손길을 알고 있잖아. 너는 그런 걸로 긁히는 여린 피부가 아니고 무관심과 이해를 구분할 줄 알고 폭력과 호의에 대해서 그것은 폭력이다 그것은 감사하다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전부 알고 있지만 나는 너도 삼키는 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네가 하지 않는 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가 언제나 최악까지는 아니었더라도, 최소한 몇 번은, 어느 정도는 최악이지 않았어?


서투른 사랑보다는 무관심이 나을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하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모든 격언과 조언은 모든 상황에 어떻게든 꿰어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해져 온 것 같아. 아는 게 힘이라는 말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말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그 어떤 말을 가져다 붙여도 설명할 수 있을 텐데, 그 어떤 말을 가져와도 전부 설명할 수 없어. 혼란을 겪고 상처를 받으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거겠지만, 절대로 상처를 주지 않는 이상적인 관계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차라리 생각하는 거야. 아프게 할 바에는 다가가지도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최선인지 최악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고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잃는 것도 없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언제든 곧 다시 실패하고 상처 받고 마침내 죽을 수도 있다는 거지.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지만 앞뒤를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라는 것도 존재하는 세상이니까, 진리 없는 세상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이유 없는 삶에서 이유를 찾는 게 인간이니까.


나는 네가 괜찮다는 걸 알고 있어. 아무렇지도 않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어. 상처가 됐을까? 곧 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상처조차 되지 않았을까? 그랬을지도 모르지. 나는 네가 의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무르지 않다는 것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나는 네가 꺾일까 봐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고, 네 상처가 아물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다만 나조차도 견디지 못해 불안하게 휘청이고 있을 뿐이야, 적어도 이 휘청임 때문에 네 발을 밟고 싶지 않을 뿐이야. 네가 용서하든, 용서하지 않든, 애초에 너에게 사과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야. 네게 미안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내 서투름과 불안함으로 너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야.


좋아한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보고 싶다는 말이, 오래오래 함께 하자는 말이. 사람에 따라서는 기쁠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지. 누가 말하고 누가 듣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지. 좋아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과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하자는 말에 잘못이 있는 게 아니고, 그 말들이 잘못된 게 아니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중요할 뿐이지. 그 사이에 오고 가는 말은 절대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그런 말도 있잖아. 생각하는 건 자유. 꿈을 꾸는 건 자유. 그렇지만, 책임 없는 자유가 없다는 말도 나는 알고 있어. 나만의 생각이 아니게 되고 나만의 꿈이 아니게 되면 책임이 생기지. 그 생각을 한 책임과 그 꿈을 꾼 책임을 나에게 물을 수 있게 되는 거지. 중요한 건 결국 너와 나라는 거지. 그래서 나는 묻고 싶은 거야. 서투르게, 섣부르게 책임을 지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은지.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마음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게 밖으로 표현되어 나왔을 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어떻게 표현되었고 누구에게 전해졌고 누가 전했는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잖아.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나는 묻고 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있고, 이건 질문인 동시에 독백이니까. 청자 없는 질문이 허공으로 흩어질 때, 관객은 배우의 질문을 책임지지 않아. 하지만 배우는 자신의 대사를 책임져야 하지. 그러니까, 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는 거야. 책임을 지기 위해서? 어쩌면 증명하기 위해서.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영원히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어서 결국 흘러 넘치는 것처럼 나는 묻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나는, 최악이지 않았어? 끔찍하지 않았어? 그 어떤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들은 마음껏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나 봐. 그 어떤 관객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백에 대답을 주지는 않으니까. 방백을 지적하고 되묻고 비난하고 힐난하지 않으니까.


사실 무대에 있는 건 너이지만. 네가 홀로 앉아 있는 객석을 향해 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는 거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이대로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도, 괜찮아? 내가 관심이라고,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사탕 껍질을 씌운 지저분한 것이나 더러운 것을 너에게 떠넘기고 있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말했잖아. 내가 휘청이고 불안에 떠는 이유는 내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고 내가 나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니까, 그 흔들리는 걸음이 너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나는 계속해서 조심하고, 염려하고, 걱정하고, 선을 긋고, 멀어지면서 스스로를 경계하면서 언제나 실수하진 않았나 불안해 하면서 너에게 최악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속이 좋지 않아 뱃속에 있는 것을 전부 게워내더라도 그건 내 문제이지 네가 감당하거나 책임져야 할 건 아니니까. 여기는 여기, 거기는 거기.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묻고 있는 거야. 너에게, 동시에 나에게. 나는 최악이었을까? 너를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성가시게 만들었을까? 언제나, 언제나.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좋은 말을 가져와 붙인다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안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걱정해도 부족하니까. 나는 안전해지기 위해 계속해서 걱정하고 조심해야 하니까.


영원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마지막이 올 때까지 최선을 다 해 조심하고, 염려하고, 걱정하고, 단속하면서 나는 오랫동안 너를 좋아하고 싶은 거야.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기고,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고, 위로를 받은 만큼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위로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이 되길 바라고, 힘이 되길 바라면서. 불안정하고 위태롭고 완벽하지 못해서 그래서 오히려 항상, 생각하고 걱정하고 조심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니까. 어쩌면 이 모든 게 결국 너를 위한다는 말로 포장한 자기 만족일지라도. 이해한다는 말로 오해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서로의 무대를 관람하는 관객처럼 언제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동시에 막이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절대로 막이 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알면서도 계속 묻는 인간처럼, 영원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을 바라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오히려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여기에서 끝없이 독백을, 방백을 계속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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