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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존재

네가 깨어나지 않을까 봐 무서웠어.

By 민트박하 | 2026.05.14 10:59










※ 허블 사무소 소속 스코시즘 로보 프로스터 2차 창작

※ 개인 해석 및 날조














네가 깨어나지 않을까 봐 무서웠어. 영영 눈을 뜨지 않을까 봐 무서웠고, 이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무서웠어. 너는 분명히 여기 있는데 우리는 그저 사람의 육신이 이곳에 존재한다고 해서 그가 온전히 여기 있다고 말하지는 않잖아. 죽은 사람의 시신이 여기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여기 있다고 말하지는 않잖아. 너에게는 영혼이 있을까? 마음이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너는 여기에 없는 거겠지만, 만약에 너에게 영혼이 없고 마음이 없다면 지금 너는 여기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너의 부재는 온전히 물리적으로 만져지고 질량을 가지고 부피를 차지하는 이 몸의 부재에 따라 결정되는 걸까? 너는 여기 있는 걸까? 간혹 식물인간으로 코마 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바깥에 있는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시간 동안 자신의 어머니가 곁에서 얼른 죽어 버리라고,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고 나중에 의식을 되찾은 뒤에 고백했다. 너는 전원이 나가 버리기 직전이니까 코마 상태와 비슷한 것일까, 그렇다면 너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너는 그것을 인지하고 자극으로 받아들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너의 메모리와 각종 다양한 연산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까? 그것이 너의 이름이라는 것이 너에게 의미가 있을까?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면 너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나는 모든 것이 무서웠다. 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너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 주제에 네가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릴까 봐 두려웠다.


낯선 번호로 전화를 걸면서 계속 너의 곁에 있었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고, 인사를 건넸다. 나는 인사하는 것도 잊고 다급하게 나의 상황을 설명했다. 너를 집으로 데려왔고, 며칠을 함께 지냈으며, 네가 갑작스럽게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너의 손목에 이 번호가 적혀 있어서 전화를 걸게 되었다고. 상대방은 아무 대꾸 없이 조용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나는 두려웠다. 상대방이 그저 그렇군요, 아니, 그런 말도 없이 잘못 걸었다고 전화를 끊어 버릴까 봐.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혹은 어떤 질 나쁜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면서 전화를 끊어 버릴까 봐 두려웠다. 내가 벌벌 떨며 핸드폰을 쥐고 있는 사이, 아주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사실은 단 몇 초의 시간이 흐른 뒤, 상대방이 대답했다. 내가 그쪽으로 갈까요?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우리 집의 주소를 줄줄 읊었다. 제발 와 주세요. 제발 도와 주세요. 그 사람은 괜찮을 거라고, 안심하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집으로 오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미처 묻지 못했다. 나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너는 여전히 잠든 것처럼 죽어 있었다. 혹은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었다. 너의 손목에서는 숫자 2가 불길하게 반짝거렸다. 그 숫자가 1로 줄어들어 버릴까 봐, 마침내 0이 되어 버릴까 봐 두려웠다. 정말 두려운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울고 싶었고, 동시에 절대로 울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뭘 잘했다고 우는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동시에, 나는 우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 나는 통화한 상대방이 우리 집에 와서 초인종을 누를 때까지 너의 곁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마 그 사람이 우리 집으로 오는 데에 사흘이나 나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하더라도 나는 아무 상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먹지도, 자지도, 마시지도 않고 너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사람은 반나절만에 우리 집에 도착했다. 아무도 누른 적이 없어서 너무나 오랜 시간 침묵하고 있었던 초인종이 울린 사실을, 반쯤 넋을 놓고 있던 나는 뒤늦게 깨닫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느라 약간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가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킨 탓에 현기증이 일어났지만 나는 벽을 짚고 바닥을 기어서라도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까, 아침이었다. 아니, 한낮이었다. 문 앞에 있는 사람은 한낮의 여름을 그대로 빚어 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주황색 머리카락이 자유분방하게 뻗쳐 있는 것도, 그 위에 커다란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걸치고 있는 것도, 커다란 밀짚모자를 목에 걸고 있는 것도, 헐렁헐렁 폭이 넓은 옷을 아무렇게나 걸치듯 입고 있는 것도 개구쟁이처럼 웃고 있는 것도 모두 그런 인상을 강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의 눈동자가 그러했다. 주황색과 하늘색이 섞인 그 눈동자는 태양 같았고, 여름의 하늘 같았다. 나는 조금 당황했는데, 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머 혹은 공학자와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사람은 기계나 로봇과는 거리가 꽤 멀어 보였다. 아니, 아예 인연이 없어 보였다.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고, 그는 나를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전화하셨죠? 니노 선데이라고 합니다!”


나는 황망한 표정으로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자신을 니노 선데이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내 소개를 기다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에게 소개할 만한 이름이 없었다. 맹꽁이라는 이름 외에는. 나는 그 이름을 그에게 말하며 인사하는 대신 그를 집 안으로 들여 네가 누워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그는 현관에서 실례합니다, 넉살 좋게 인사하고는 척척 안으로 들어왔다. 네가 열심히 청소를 해 둔 덕분에 집 안은 깨끗했지만 동시에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먼지 쌓이거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티가 나는 곳도 있었다. 눈에 크게 띄는 부분은 아니었고 니노라는 남자는 그런 것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네가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만약 네가 일어나서 이것들을 발견한다면 꽤 불쾌하게 여길 것 같다는 생각으로 걱정이 들었다.


니노는 성큼성큼 걸었다. 다리가 긴 만큼 보폭이 길어서, 곧장 네가 누워 있는 방에 도착해 열린 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는 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는 턱을 매만지며 흠,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잠깐만 문을 닫아도 될까요?”

“…….”


나는 —요? 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있었다. 니노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는 실례, 하며 문을 닫았다. 찰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지만 잠그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 안으로 들어가거나 문을 열어 몰래 엿볼 생각도 없었던 나는 주방 공간의 식탁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이 그 방의 문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그리고 니노 선데이라는 남자가 무엇을 할지 궁금했지만, 동시에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는 특수한, 아주 비밀스럽고 기밀인 장비들을 다뤄야 해서 잠시 이 공간을 분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잠깐, 그가 손에 뭘 들고 있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를 들고 있긴 했던가?


방 안에서는 특별히 큰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무슨 소리가 났을 수도 있겠지만, 식탁에 앉아 있는 나에게 들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일이 잘 되어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완전히 잘못 되어가고 있는 건지 나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니노 선데이라는 남자의 정체도. 그는 누구일까. 그는 너의 원래 주인일 수도 있었다. 너의 손목에 번호가 적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를 만든 사람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는 너를 잘 아는 것 같았다. 나의 두서 없는 설명을 듣고도 기꺼이 우리 집으로 와 주었고, 자기 소개도 해 주었으니까. 그에게는 오히려 내가 굉장히 수상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정말 그럴 것이다. 난데없이 전화를 걸어서 앞뒤 설명도 없이 너를 집으로 데려왔고 네가 움직이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줄줄 늘어놓는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만 봐도 그는 성격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다. 만약 나였다면 지금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래서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등등을 질문했을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함이 늘어났다. 마치 커다란 수술을 기다리는, 수술실 앞에 앉아 있는 보호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너의 보호자도 무엇도 아니었지만 괜히 기분이 그랬다.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서 도울 것은 없는지 물어볼까. 그런 식으로 말을 붙여서 너에 대해, 니노 선데이라는 남자에 대해 더 질문해볼까. 그러면 조금 더 안심이 될까. 오히려 그를 방해하는 건 아닐까. 그는 어쩌면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문을 닫았는지도 모른다.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을…… 조용히, 얌전히, 방해하지 않고.


감정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가라앉아 주지 않는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억지로 싫은 감정으로 돌릴 수 없고, 너무나 두렵고 무서운 때 억지로 웃음을 지을 수는 있겠지만 두려움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환경에서, 어떠한 상황에서, 사건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라는 차가운 거절을 들었을 때 좋아하는 마음은 서서히 식을 수 있고,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드는 것이 사라지거나 어둠이 빛으로 밝아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두려움도 사라질 수 있다. 나는 지금 이 환경에서 그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만들어 나의 초조하고 두려운 감정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여기에 계속 가만히 앉아 있어서 내가 도움 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평소와 같이 생계를 위해 밖으로 나가서 고물 따위를 주워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그래야 할 것이다. 어쩌면 니노 선데이라는 남자에게 사례를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가 설령 요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를 다시 눈 뜨게 만들어 준다면 나는 감사를 표현해야 하니까 사례를 준비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도 나는 여기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불안이 내 발목을 꽉 옭아매고 있었다.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 불안은 간혹 그렇게 나를, 꼼짝도 못하게 만든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불안은 모두의 족쇄이다.


아주 한참만에 문이 열렸다. 나는 다시 반쯤 넋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테이블 위로 팔꿈치를 올린 채 얼굴을 감싸고 초조하게 문만 바라보면서, 나는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고 있었다.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마셔야 한다는 것도, 잠깐 자야 한다는 것도. 사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쩌면 고작 삼십 분에 불과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고, 두세 시간이었을 수도 있고, 열 몇 시간이 꼬박 지났을 수도 있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열린 문 뒤에서 니노 선데이와 네가 걸어 나왔다.


“많이 기다렸어요?”


니노가 약간 피로한 얼굴로, 하지만 밝은 얼굴로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이 기다렸다는 감각이 없었다. 시간 감각이 없었으니까. 너는 그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담담하고 차분한 무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나는 네가 정말 ‘그대로’인지 알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차마 다가갈 수 없어 테이블 뒤에서 멈칫거리는 나를 향해 니노와 네가 걸어왔다. 니노는 너를 돌아보았고, 너는 니노를 바라보았다가 나를 향해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너의 연두색 눈동자가 너무나 반가웠다. 정말, 울음이 나올 정도로 반가웠다. 하지만 네가 입을 열었을 때 처음 나오는 말이 무엇일지 두렵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두려웠다. 모든 것이.


처음 뵙겠습니다, 라고 하면 어떡하지?

안녕하세요, 라고 하면?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라고 한다면?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무서웠다. 기절하고 싶을 정도로.


너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너는 한 호흡을 쉬었다.


“늦었습니다.”


다시 한 호흡을 쉬었다.


“……많이 기다렸습니까, 맹꽁?”

“맹꽁?”


네가 나를 부른 그 호칭에 니노 선데이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네 묵직하고 진지한 목소리와 차분한 표정과는 잘 안 어울리는 단어이긴 했지만, 나는 네가 나를 그렇게 불러 준 것이 무척, 안심이 되어서, 간신히 두려움이 사라지고 마침내 안도할 수 있어서, 간신히 지금까지 두려웠던 모든 것을 이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서…… 허물어지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울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안심이 되면 눈물이 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너에게 말해 줄 수 있었다. 네가…… 여기 있어서. 여기 와 주어서. 보고 싶다는 말 대신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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