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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선물

이 또한 하나의 시작이다.

By 민트박하 | 2026.05.14 11:04










※ 허블 사무소 소속 스코시즘 로보 프로스터 2차 창작

※ 개인 해석 및 날조










이 또한 하나의 시작이다. 나는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은 것을 너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었고, 너는 묻는 시선을 보냈다. 이것은 일종의 첫 만남인 셈이다. 나는 네 손 위에 내가 만든 것을 올려 주며 이것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소개해 주었다. 


“맹꽁이야.”

“……?”

“맹꽁.”


나는 다시 한 번 이름을 강조했다. 너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손 위에 내가 올려 놓은 그것은, 개구리를 닮은 작은 초록색 인형이었는데, 말랑하고 촉촉한 외피를 가지고 있어 촉감이 나쁘지 않은 작은 로봇이었다. 머리를 톡 건드리면 맹꽁맹꽁 울기도 하고 시간 알람 설정도 할 수 있고 목소리를 녹음할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작은 장난감이었다. 나는 그것의 머리를 직접 건드려 보이며 시범을 보였다. 네 손바닥 위에 앉은 촉촉한 맹꽁이 ‘맹’ 하고 울었다. 한 번 더 건드리자, 이번에는 ‘꽁’ 하고 울었다. 귀엽지 않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너는 꽤 집중하는 시선으로 손바닥 위에 올려진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에 든 걸까? 너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내가 한 것처럼 맹꽁의 머리를 톡 건드렸다. 맹꽁이 다시 ‘맹’ 하고 울었다. 표정 변화는 아주 미미했지만, 나는 네가 마음에 든 것 같다고 느꼈다.


“괜찮지?”

“하지만…….”


너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만 봐도 대충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는 나에게 ‘맹꽁은 너잖아’ 라고 말하고 있었다. 왜 이것의 이름을 맹꽁으로 붙였는지 궁금해 하는 너에게 나는 그냥 웃어 보였다. 맹꽁이라고 불리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다른 누군가에게 불린 게 너무 오래 되어 잊어버린 내 이름 대신 맹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사람에게 ‘맹꽁’은 이름보다는 별명 같지 않나. 진짜 내 이름을 찾을 때까지 나는 그냥 너에게 맹꽁이라고 불려도 상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너에게 ‘진짜’ 맹꽁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작고 귀여운, 맹꽁 하고 우는 이 작은 로봇을 너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이유는 혹시 네가 나를 떠나 멀리 가더라도 이 친구를 데리고 가 주었으면 해서였다.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없지만, 그리고 너는 내가 따라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 친구를 나 대신 데려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이 될지 앞으로 긴 시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추억해 주었으면 해서였다. 나는 이별을 걱정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니노가 오기 전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너와의 작별 또는 이별이 지금은 더욱 실감 나게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니노뿐만이 아니라 너에게는 더 많은 가족 같은 친구, 친구 같은 가족이 있다고 하니 너는 분명히 이곳을 떠나 그곳으로 돌아갈 때가 올 것이다. 나는 그곳으로 가겠다고 할 수 없다. 나는 나의 집이 있고, 나의 생활이 있고, 나의 일이 있으니까. 무엇보다, 네가 허락해 줄지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고 설령 네가 허락한다 해도 다른 그들에게 전부 허락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너와 같이 떠나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접어 두기로 했다. 애매한 기대는 더 커다란 실망을 가져올 뿐이니까.


네가 떠날 때 맹꽁을 데리고 갈지는 모르겠다. 훌훌 떠나버릴 너를 대비해서 나는 맹꽁을 많이 만들어 두기로 했다. 네 주머니에, 품 속에, 옷소매에 몰래 하나 들어가 있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네가 맹꽁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네가 싫어하는 것 같았으면 나는 다른 무언가를 더 생각해 봤을 것이다. 팔찌, 목걸이, 하다못해 발찌나 벨트, 뭐든 만들어서 너에게 주고 싶었을 것이다. 네가 그것을 전부 두고 갈 수 없도록 무수히 많은 선물을 만들어 너에게 안겨 주고 싶었다. 네가 이곳을 떠날 때 아, 실수로 가지고 와 버렸다, 그렇게 되도록. 그리고 다시 돌려주러 와도 좋고, 영영 오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네가 맹꽁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톡톡 건드리며 맹, 꽁, 맹, 꽁, 하고 울게 만드는 사이 나는 만들어 두었던 다른 맹꽁을 그 옆에 올려놓았다. 네 손은 꽤 커서, 맹꽁이 다섯이나 올라갈 수 있었다. 너는 네 손바닥 위로 잔뜩 올라오는 맹꽁들을 보고 약간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뻔뻔하게 설명했다.


“하나만 있으면 외롭잖아.”

“……더 있습니까?”

“더 만들까 하는데.”


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러지 마십시오’ 라고는 하지 않았다. 너는 아마 내가 얼마나 많은 맹꽁을 만들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식탁 테이블 위에는 맹꽁이 일곱. 싱크대 위에는 나란히 줄 지어 수도꼭지를 가운데에 두고 양 옆으로 셋씩, 총 여섯. 냉장고 위에서도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맹꽁들과 청소기에 매달려 있는 맹꽁. 네가 누워서 자는 매트리스 주위에도 맹꽁이 여럿 모여 있거나 잠든 네 얼굴을 기웃거리거나 이불 속에 숨어들거나 매트리스 아래에 깔려 바둥거리고 있거나. 화장실 세면대에도 수도꼭지 옆에 둘 둘, 총 넷. 수건걸이에 매달려 있는 맹꽁은 셋. 소파에는 더 많다. 등받이와 팔걸이에 잔뜩 모여 있는 맹꽁의 수를 하나 둘 셋 헤아리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너의 시선에 맹꽁 하나를 더 내려놓았다. 너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맹꽁은 내 작업실에서 계속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튀어나온다, 라는 말이 꽤 어울렸다. 나는 다른 일은 다 제쳐 두고 맹꽁을 계속 만들고 있었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연두색 피부를 가진, 냉난방 기능을 갖추고 전력으로 움직이는, 개구리를 닮은 작은 로봇들을. 그것은 때로 네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오기도 했고, 네 머리 위에 올려지기도 했다. 때로는 네 손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도 했고 네 옷자락에 붙어 있기도 했다. 나는 네가 싫어하는 티를 내면 그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이제 그만 만드십시오’ 라든가 ‘이제 충분합니다’ 라는 말을 한 마디라도 했으면, 혹은 그 비슷한 뉘앙스로 언질을 주었다면 나는 맹꽁을 그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자꾸 증식하는 맹꽁을 보고 조금 난감해하거나 곤란해하거나 약간 놀란 표정을 짓긴 해도 늘어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을 얹지 않았다. 그걸 만드는 게 나라는 걸 알면서 마치 그것들이 자연 증식하는 것처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나는 이 집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맹꽁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외출할 때 나의 외출 목적은 맹꽁을 만들기 위한 부품이나 자재, 재료를 찾는 것이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면 그 집의 주인은 고양이가 된다. 인간은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되고, 집에는 고양이를 위한 물건이 가득 채워지게 된다. 거실에는 스크래쳐와 고양이 방석, 숨숨집, 터널, 캣타워 같은 것이 놓여지고 커다란 화장실이 고양이의 수에 따라 몇 개씩 놓이면서 밥그릇과 물그릇, 사료, 캔, 간식, 영양제, 고양이 샴푸, 빗, 칫솔, 치약 등등. 그렇게 그 집의 주인은 고양이 집이 된다. 바로 그런 일이 지금 여기 일어나고 있었다. 비록 로봇인 맹꽁에게는 스크래쳐나 화장실, 사료 같은 게 필요하지 않지만 살짝 건드리면 멋대로 타박타박 움직여서 두셋 혹은 네다섯씩 뭉쳐 있거나 무언가를 영차영차 옮기거나 의자 다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하는 맹꽁들을 볼 수 있었다. 맹꽁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로보와 나는 맹꽁을 밟지 않도록 혹은 깔고 앉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해야 했다. 특별히 프로그래밍을 복잡하게 짜 넣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배를 눌렀을 때 ‘사랑해’ 라고 말하는 곰인형보다는 똑똑한 맹꽁들은, 가끔 컵이나 그릇 같은 곳에 갇혀 버리거나 높은 곳에 고립되어 맹꽁맹꽁 울기도 했다. 그러면 그것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주는 것이 또 너의 일이 되었다. 너는 집안을 온통 돌아다니는 맹꽁들을 피해 요령 좋게 청소를 했고, 싱크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맹꽁들을 꺼낸 다음 설거지를 했고, 건조기와 세탁기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맹꽁들을 매트리스 위로 옮겨 준 다음 빨래를 돌렸다. 다행히도 맹꽁들은 너를 무척 잘 따랐다. 내가 무의식중에 너를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무심결에 스며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잔뜩 만들어 놓은 주제에 묻는 것도 이상하지만 나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귀찮지 않아?”

“무엇이 말입니까?”


너는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들을 차곡차곡 개고 있었다. 그 따끈따끈한 빨랫감들이 마음에 든 맹꽁 몇이 뭉쳐진 빨랫감 사이로 파고들어 폭닥폭닥 놀고 있었다. 너는 그런 맹꽁들이 빨랫감에 딸려 올라오다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옷을 개고 있었고, 어떤 맹꽁들은 그렇게 일하고 있는 네 어깨나 머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네 주위에 맹꽁이 아주 많았다. 그게, 내가 보기에는 귀여운 장면이었지만 당사자는 귀찮을 수 있으니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말없이 맹꽁을 바라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친 맹꽁이 맹 하고 울었다. 그러자 다른 맹꽁이 꽁 하고 울었다. 너는 그런 맹꽁들의 울음소리에도 신경 쓰지 않고 기계적으로—라는 표현이 딱 맞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움직여 옷을 개고 있었다. 너는 아주 반듯하게 각을 잡아 수건을 개며 대답했다.


“만일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네가 차곡차곡 쌓아 놓은 수건 더미에 맹꽁이 폭 달려들었다. 자칫하면 쌓아 놓은 수건이 모두 쓰러지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개어 놓은 게 헛수고가 될 뻔 했지만, 너는 제때 그것을 붙잡아 다시 바로 세우고 맹꽁을 옆으로 살짝 치워 놓았다. 맹꽁은 반성하듯 조금 떨어진 옆으로 가서 얌전히 앉았다. 너는 기울어진 수건 더미를 다시 바르게 쌓아 놓은 뒤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음.”


만약 네가 귀찮다, 성가시다, 불편하다, 아무튼 별로다, 그런 말을 하면 나는 이렇게 많은 맹꽁 중 몇을 골라 정지시켜야 할 것이다. 혹은, 분해하거나 해체해서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한 부품이나 재료로 써야 할 것이다. 잠들어 있는 맹꽁을 전시해 놓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유용할 테니까. 또 만약 네가 맹꽁을 데려가지 않고 떠난다면, 나와 맹꽁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나는 맹꽁을 모두 다시 하나씩 분해해야 할 것이다. 그건 어쩐지 싫었다. 열심히 만들었다거나 들인 시간이 아깝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네 주위에서 맴돌고 스스로 움직이고 맹꽁맹꽁 울고 있는 애들을 죽여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버린 것 같았다. 너는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빨랫감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찮지 않습니다.”

“…….”


정말? 이라고 물어봐도 되는 걸까. 너는 나를 배려하는 걸까,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걸까. 사실 너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게 아닐까. 너는 이미 떠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때 맹꽁을 하나도 데려가지 않을 예정인 게 아닐까. 그래서 맹꽁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것 아닐까. 불안한 마음은 쓸데없는 걱정을 부풀린다. 얼토당토 않은 의심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네가 여기에 더 머무르겠다고 결정한 이유도 모르는 걸. 불안한 것도 당연하잖아. 머무르는 이유를 모른다면 떠나는 이유도 알 수 없을 테니까. 지금 당장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불안한 만큼 맹꽁을 만들었다. 그것은 곧 네가 여기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같고, 너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고, 동시에 내 이기심과도 같다. 그 모든 것이 같다는 게 이상하다. 전부 다른 마음인 것 같은데.


빨래를 다 정리한 너는 그것들을 제자리에 수납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맹꽁 둘이 네 오른쪽 발목에 붙어 있었고, 하나는 왼쪽 어깨에 올라가 있었으며, 하나는 네 머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주 무거운 것도 견뎌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너이니 그 정도의 맹꽁이 달라붙어 있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너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 것처럼 혹은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척척 움직여서 수건을 수건장에, 옷을 옷장에 차곡차곡 개어 넣었다. 그리고 빨랫감에서 떨어진 먼지와 머리카락 따위를 가볍게 닦아내고 나를 돌아보았다. 너는 담담한 무표정이었고, 나는 내 표정이 어떨지 알 수 없었다. 너는 조용히 말했다.


“싫지 않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네가 떠날 때 하나라도 데려가 주겠어? 나를 위해. 그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나는 다만 네가 ‘좋아하는 쪽에 가깝다’는 말을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네 머리 위에서 맹꽁이 맹 울었다. 나는 그제야 조금,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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