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을 열고
By 민트박하 | 2026.05.05 23:12
🎵 Background Music
🔄 무한 반복 ON
※ CoC 팬 시나리오 '닫힌 문을 열어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시 주의해 주세요. ※
끔찍한 여름이다.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열기.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 심장 박동이 몸을 열띠게 한다.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리는, 갈비뼈 아래에서 선명히 느껴지는 맥박. 손을 가슴에 올린 채 꾸욱 누르듯이 짚지만 아무 소용 없다. 오히려 현기증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온몸의 피가 빠르게 돌고 있어. 열대야의 끈적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창문을 열어도 하염없이 습할 뿐인 더운 공기가 호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뱃속에 나비가 있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안에, 자신의 몸에, 뱃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나비를 느낄 수 있다. 작게 헐떡인다. 숨이 막힌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시야가 흔들린다. 끈적끈적한 피부가 불쾌하다. 옆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불편하다.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 심장 박동이 뛰고 있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불안하다. 아무리 크게 숨을 쉬어 봐도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는다. 더위도, 미친 듯이 뛰는 심장도, 가쁜 호흡도, 불쾌함도 불편함도 불안함도 모두.
나비는 정말 성가셔.
이 성가시다는 감정, 을 떠올리면 이어서 떠오르는 것이 당신이다. 성가시고 짜증나는, 그래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성가시고 불편하고 거슬리고 짜증 나지만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없으면 허전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나비와 같다. 당신은 나비이다. 그러므로 나와 같은 것을 느껴야 한다. 이 미친 듯이 뛰는 심장 박동과 숨 막히는 호흡과 끈적한 더위와 불쾌감을, 불편함을, 불안감을 당신은 알아야 한다. 집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면 어쩐지 분하다. 당신은 편히 잠들어 있으면 안 된다. 나와 같이 이 밤을, 이 쾌적하지 못한 밤을 알아야 한다, 앓아야 한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동시에 모든 것을 선명히 기억한다.
무작정 찾아간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리고 아주 살짝 열린 문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잠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에 묘한 즐거움을 느낀다. 적어도, 최소한, 이 찝찝한 열대야를 당신도 나와 함께 앓고 있었다는 거니까. 습하고 덥고 답답하고 갑갑한 이 밤을 당신도 알고 있었다는 거니까.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당신을 밀어붙여 문을 열게 하는 일은 쉽다.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곤란한 표정으로, 난처한 표정으로 망설이고 머뭇거리지만 결국에는 내 말을 따른다. 전부 내 핑계로 돌리라고. 전부 내가 밀어붙여서, 강요해서, 협박하고 괴롭혀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변명하라고. 모두에게도, 당신 자신에게도. 나는 당신에게 면죄부를 쥐어 주고 당신은 그 면죄부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은 성격일 수도 있겠지만, 이 바닥에서는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좋은 녀석은 일찍 죽는다. 좋은 사람은, 먼저 떠난다. 나를 두고.
적어도 당신은 나를 두고 떠날 사람은 아니다. 애초에 그럴 사이도 아니다. 누가 누구를 두고 떠날 만한 사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옆에 없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거리감, 적절한 간격, 적절한 낯섦. 성가시고, 불편하고, 짜증 나면서도 없으면 꽤 심심해. 그러니까 당신은 여기 있을 거야. 여기 있어야 해. 문을 열어 준 당신의 집으로 성큼 들어간다. 가족들은 자고 있나. 굳이 묻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뱃속에 있는 나비를 꺼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니까. 준비해 온 칼을 꺼낸다. 당신은 그 칼이 녹슬었다는 둥 더럽다는 둥 헛소리를 하지만, 그건 내 말을 듣기 싫어 둘러대는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당신은 결국 내 뜻대로 움직일 것이다.
나비를 꺼내야 해.
뱃속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있어. 심장이 뛰는 걸로 알 수 있어. 배를 가르면 쏟아져 나올 나비를 상상한다. 당신의 얼굴을 뒤덮을 나비를 상상한다. 칼을 건네고, 뱃가죽 위에 선을 긋는다. 여기에서 여기까지 가위로 오리시오, 같은 표지가 된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칼로 가르시오. 사실 절취선을 벗어나든 말든, 하트 모양으로 가르든 지그재그로 가르든 상관 없지만. 최소한의 지시라도 내려 주지 않으면 당신은 허둥지둥 헤맬 테니까, 굳이 친절하게 마치 장난처럼, 절취선을 그어 준다. 옷을 걷어 올리는 순간 고개를 홱 돌렸던 당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절취선을 내려다본다. 나는 일부러 방긋 웃는다. 그걸 당신이 끔찍하게 여길 테니까. 불편하게 여길 테니까. 매미 소리가 끝나지 않는다. 습한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칼을 든 남자와 그 아래 바닥에 누워 상의를 걷어 올리고 절취선이 그어진 배를 보이고 있는 여자. 이 순간 누군가 나타나 이 광경을 본다면, 무슨 상상을 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 당황하는 당신을 보는 것도 즐겁겠지만 나는 방해꾼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빨리 나비를 꺼내고 싶으니까. 빨리, 당신도 나와 같은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으니까. 빨리, 해치우고 싶으니까. 빨리.
빨리.
당신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나의 배를 가른다. 칼날이 살가죽을 뚫고 파고들어, 서걱서걱 피부를 가른다. 상처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온다. 당신의 집 바닥이 좀 더러워지겠어. 형사니까 핏자국 지우는 방법쯤은 잘 알겠지. 만약 모른다면, 내가 잘 가르쳐 줄 수도. 당신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배가 살짝 파들, 떨린다. 어쩔 수 없는 차가운 칼날로 인한 근육의 수축이다. 꼭 케이크나 빵을 가르는 것처럼, 부드러운 고기를 자르는 것처럼 칼날은 나아간다. 서걱, 서걱. 정확히 절취선을 따라 나의 배를 가른 당신은 이제 됐냐는 듯 나를 바라본다. 얼른 이 모든 것을 끝내고 나를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되도록 더 오래 머무를 생각이야.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고. 나는 웃으며 당신에게 부탁한다. 꺼내서 보여 줘. 누운 채로는 보이지 않아. 당신은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속으로 어떤 욕설을 씹어 삼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점잖은 표정으로 욕하는 게 듣고 싶기도 하다. 당신은 나의 갈라진 배로 손을 넣는다. 틈을 벌린다. 갈라진 배가 쩌억, 웃는 입처럼 벌어진다.
나비가.
쏟아져 나온다. 마치 짓눌려 있던 곳에서 한순간에 폭발하듯, 벌어진 틈 사이로 나비가, 나비들이, 수없이 많은 나비들이 파르륵 날아오른다. 각양각색의 나비들이 인분을 반짝이며 날개를 펼친다. 막 번데기에서 나온 것처럼 젖은 날개를 펼치는 녀석도 있다. 막혀 있던 배수구로 물이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나비는 쏟아진다. 온 시야를 가득하게 채우고 천장과 벽과 당신의 얼굴과 몸에 마구잡이로 부딪히고 달라붙고 날갯짓한다. 당신이 황급히 손을 내저어 날개들을 떨쳐낸다. 나비가 나왔다. 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몸을 조금 일으킨다. 나비들이, 그 비닐처럼 얇고 연약한 날개들이 마구 팔락거리며 온 집 안을 가득 채운다. 나비가 나왔어. 나비는 정말 성가셔. 나는 웃는다. 당신은 미친 사람 보듯 나를 본다. 나는 나비를 한 움큼 움켜쥔다. 손바닥 사이로 나비들이 으깨지고 뭉개진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비의 비명이다. 나는 웃으며 당신의 멱살을 움켜쥔다.
“나비를 본 적 있어?”
당신은 대답하지 않는다. 불길하다는 시선으로 나와 내 손에 잡힌 나비들을 번갈아 바라본다. 맞아. 당신은 이미 전부 알고 있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당신에게 무엇을 할지 전부 알고 있어. 나는 더없이 행복하게 활짝 웃는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어. 이제 당신도 나와 같은 것을 알게 될 거야, 느끼게 될 거야.
“나비는 정말 성가셔. 당신도 나와 같은 것을 느끼게 되면 좋겠어.”
움켜쥔 손의 나비들을 당신의 입으로 무작정 쑤셔 넣는다. 당신은 기겁하며 나를 밀치고 물러난다. 손 안에서 짓뭉개지고 으깨진 나비들의 진물이 뚜욱, 바닥으로 떨어진다. 갈라진 배에서 핏물이 뚜욱, 떨어진다. 당신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나고, 나도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쩍 벌어진 배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당신도 나와 같은 것을 느껴야 한다는 거야.
다시 다가간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다가가면서 비틀거린다. 뱃속이 텅 빈 채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런 것도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비들을 모두 잡아서 뱃속에 다시 넣어도 소용 없을 테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나비를 줄게. 뱃속에 가득해지도록 나비를 먹여 줄게. 당신에게 달려들어 바닥으로 밀쳐 쓰러트린다. 양 무릎으로 당신의 팔을 각각 짓누르고 내려다본다. 억지로 당신의 입을 벌린다. 먼저 내 입에 나비를 머금고, 당신에게 입을 맞춘다. 바스락거리고 질척거리고 씁쓰름하고 비리다. 당신에게 나비를 줄게. 뱃속에 가득해지도록 나비를 먹여 줄게. 당신은 몸부림치며 벗어나려 하지만 이미 나비는 당신의 입 안에 있다. 그것을 삼킬 때까지 나는 입을 떼지 않는다.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 괜찮다는 듯이.
마침내 당신이 나비를 삼킨다. 그제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든다. 더없이 역겹고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한 채 당신이 나를 노려본다. 나는 환하게 웃는다. 저 위에서 소용돌이치는 나비들을 배경으로, 정말 기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