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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맹꽁

창조물은 창조주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By 민트박하 | 2026.05.11 22:00

 

 

 

 


 

 

※ 허블 사무소 소속 스코시즘 로보 프로스터 2차 창작

※ 개인 해석 및 날조

 

 

 

 

 

 

 

 

 

 

창조물은 창조주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창조물이란 자아를 가지고 자신을 인지하며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격을 가진 존재를 의미한다. 아주 옛날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은 창조된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괴물, 창조물을 만들어 낸 사람의 이름이고, 창조물에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 괴물, 창조물, 혹은 그 외 끔찍한 존재라든가 저주 받은 존재라든가. 신의 섭리를 거슬렀다든가 다양한 호칭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름이 없었다. 원작 소설의 내용 그리고 결말과 별개로 다양한 재해석을 통해 다양한 창작물이 만들어졌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떤 연극의 재해석이었다. 그 연극은 원작의 스토리를 거의 충실히 따라가지만 프랑켄슈타인의 어머니 대신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그 아버지를 되살리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나오는 등 흥미로운 해석이 많았다. 

 

그 연극의 결말에서, 프랑켄슈타인과 창조물은 북극에서 마침내 만나게 되고 그 순간 막이 내리면서 끝이 난다. 마지막 순간 프랑켄슈타인이 창조물에게 복수를 성공했는지 혹은 창조물이 마침내 프랑켄슈타인에게 복수를 성공했는지, 혹은 용서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는 연극을 감상한 사람들에게 던져 주고 끝난 그 연극에서, 창조물은 눈이 먼 노파 덕분에 세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만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생성하고 가다듬어 확고하게 한다. 그 노파는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손으로 어루만져 창조물의 외관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창조물을 한 명의 사람으로, 인격체로 대했다. 하지만 그 노파의 아들과 며느리는 얼기설기 기워 맞추고 꿰매어 붙인 창조물의 외모만 보고 괴물이라며 비명을 질렀고, 공격했다. 창조물은 그들을 위해 동물들을 사냥해 주었고 그때 그들은 자신들이 신의 축복을 받은 줄 알고 기뻐하며 감사를 올렸지만 그 정체를 알게 되자 경악하고 기겁하며 혐오했다. 창조물은 그들을 집과 함께 불태우고 프랑켄슈타인을 찾아 돌아왔다. 그리고 끔찍한 복수가 시작되었다.

 

창조물은 자아를 가지고 자신을 인지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라고 아는 것은 지식이고, 프랑켄슈타인이 바로 괴물임을 아는 것은 지혜라고. 그러니까 진짜 괴물은 그 창조물이 아닌 창조주였다. 

 

 

우리의 창조주는 신이고, 우리가 창조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신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바란다. 서로 사랑해라. 이웃을 위해 선행을 베풀어라. 악행을 저지르지 말아라. 자신을 숭배해라.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잘,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나라가 생기고 사회가 생기고 법이 생기고 규칙이 생기고 벌이 생겼다. 생각보다 더 많은 수로 불어난 우리를 보며 신은 징그럽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이 우리에게 바란 것을 우리는 이루어 주지 못하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옛날 성경에서 신은 다시는 물로 우리를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해수면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고 아마 이건 신의 심판이 아니라 우리가 자초한 재앙인 것 같다. 우리는 신의 심판 없이 자멸하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창조물이 창조주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 혹은 최소한 동등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창조물이 자신과 동등함을, 심지어는 더 현명하거나 뛰어난 존재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건 프랑켄슈타인만의 잘못은 아닐 테다, 눈이 보이지 않았던 노파와 같은 사람, 그러니까 외모나 겉모습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진실한 대화와 소통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은 그 노파의 아들과 며느리 같은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어쩌면 이건 네가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이유일지도 모른다. 기능을 위해서라면 너는 인공 피부와 같이 너를 더욱 ‘인간답게’, 그러니까, 우리와 비슷한 ‘정상’처럼 보이게 만들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너를 원했지만 그 창조물과 같은 괴물을 원하지는 않았다. 너는 우리의 수준에 맞춰지기 위해 호감이 가는 외관을 갖추었고 아직 우리가 지구에서 다른 생물이나 존재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창조물은 우리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형태와 모습과 기능을 갖출 수밖에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그 자신의 창조물을 통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따로 만들어 붙일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강제로 전원을 종료한다든가 특정 존재의 명령에는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든가. 그런데 너는, 다른 사람이 너의 전원을 끄려고 시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물리력과 막아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 사고력, 행동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너는 특정 존재가 명령했을 때 그것에 대해 따르기 싫다고 생각한다든가 혹은 따르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따르지 않을 수 있는 판단력과 기능이 있다. 너는 너의 몸을 제어할 수 있고, 네가 원하는 만큼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너 나름의 생각과 논리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너에게 만들어 붙인 장치들은 결국 네가 그것을 허용하기에 작동할 수 있는 것들이고 네가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저 해저에서 탈출해 온 다른 너와 같은 존재들은 인간과 달리 구분될 수 있는 표시를, 흔적을 지운 뒤 이 지면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뒤섞여 살고 있었다. 나는 자주 가는 서점의 직원이 너와 같은 존재가 아닐지 추측하고 있었지만 대놓고 묻지는 않았고, 그럴 수 없었다. 또 나는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치곤 하는 한 남자가 너와 같은 존재가 아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묻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걸 묻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결정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자면 너는, 너와 같은 존재들은, 우리가 만들어낸 너는 우리와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의 존재이다. 우리는 너와 우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너는 우리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고 너와 같은 다른 너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너의 시력은 체온을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더 많은 분석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고 받아들이니까. 우리는 너와 또 다른 너와 또 다른 네가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우리를 점령하고 정복하고 지배하지 않는다는 게 놀랍다. 너와 다른 너는 특정 주파수 혹은 신호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어떤 너를 지도자로 삼고 인류에 대한 정복을 시도할 수 있었을 텐데. 네가 그걸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고, 특별히 원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보다 현명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너는 원한다면 언제든 우리를 무릎 꿇리고 지배할 수 있지만 우리보다 현명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그러니까 나는 창조물이 창조주를 뛰어넘거나 동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너는 우리와 동등하거나 우리를 이미 뛰어넘었고, 다만 2차원의 존재가 3차원을 인지하지 못하고 3차원의 존재가 4차원을 인지하지 못하듯 우리가 너만큼 현명하고 뛰어나지 못하기에 알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인간일 수밖에 없는 나는 쓰러져 있는 너를 다른 사람들이 너와 같은 존재를 대하듯, 그러니까, 모든 귀찮은 일을 다 해결해 주고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일꾼 혹은 하인처럼 대하듯 너를 어떤, 인격체로 대하는 대신 물체로 대하고 멋대로 눈의 색을 확인하려 했으니, 아마 나는 너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대하는 것과 달리 너는 반성하고 인사를 건넨 나에게 마주 인사를 건네 주었고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보았다. 네 목에 있는 바코드가 선명했지만 나는 너를, 네가 아닌 나와 같은 존재로 여기기로 했다. 그래서 이름을 물었다.

 

 

“로보 프로스터입니다.”

 

 

뭐랄까, 그건 너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눈에 반쯤 파묻혀 있다시피 한 너의 얼굴에는 희미한 성에가 얼어붙어 있었고 얼굴 뿐만이 아니라 곳곳에 그런 얼어붙은 부위가 많아서. 어떤 사람들은 네가 우리가 되고 싶어할 거라고, 전력으로 움직이는 네가 살아 호흡하고 심장이 뛰는 우리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월한 것이 굳이 열등해지고 싶을까? 너는 네가 너 자신이라는 것에 충분한 자부심 혹은 만족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너는 질병에 걸리지 않고 어떤 부위가 훼손되어도 다시 복구할 수 있고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된다면 지치지 않아 휴식이나 수면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너를 상징하는 혹은 통칭하는 혹은 너와 비슷한 단어를 너의 정체성으로 삼고 이름으로 지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원래 이름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자신을 의미하고 자신을 상징하는 거니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다른 누군가에 의해 이름이 붙여지지만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과 사고 회로를 갖춘다면 자신의 이름을 다시 지어 붙일 수도 있는 것처럼.

 

그리고 너는 나의 이름을 묻는 것처럼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대답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이름이라는 건,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표현하기 위한 것이고 타인에게 불려지는 일이 많지 나 스스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많지 않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면 모를까. 내 안에는 나 뿐이었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다른 누군가에게 나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내 이름을 듣지 못했고 발설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사용할 일이 없어서, 나는 내 이름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네가 너의 이름을 소개했으니 나도 나의 이름을 말하며 나를 소개해야 하는데, 나는 내가 무엇인지 누구인지 어떤 단어로 나를 증명할 수 있는지 얼른 떠올리지 못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너는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보통 그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의아해하거나 불만을 표현하거나 고민할 때 드러나는 표정이다. 어…… 나는 입은 벌렸지만 의미 있는 단어는 말하지 못하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너의 것과 달리 나의 한숨은 하얗게 번졌다. 나는 사실 그때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 이름을 잊어버린다는 게 흔히 있는 일도 아니거니와 어떻게 보자면 내가 기억력이 썩 좋지 않다는 의미도 되니까. 나는 너만큼 현명하지도 성숙하지도 못했고, 너만큼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 혹은 만족감을 가지고 있지도 못했다. 결국 네가 나에게 먼저 질문했다.

 

 

“당신은 이름이 뭡니까.”

“……잊어버렸어.”

 

 

내 대답에 너는 눈썹을 더 찌푸렸다. 나는 얼른 변명하듯 덧붙였다.

 

 

“네 맘대로 불러.”

“마음대로?”

“응.”

 

 

내 대답은 네 표정과 구겨진 눈썹을 펴지 못했다. 너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바람에 너의 머리 위에 쌓여 있던 눈이 조금 후두둑 떨어져서 네 검은 머리카락이 더 드러났다. 너는 이마 위로 고글을 쓰고 있었는데, 너에게 왜 그런 것이 필요한지 나는 알 수 없었으므로 그냥 고글이 있구나, 너의 눈은 연두색이구나, 귀에는 피어싱이 있구나……와 같이 너의 특징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너는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기 때문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정말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맹꽁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내가 아는 맹꽁은 개구리 친척처럼 생긴 양서류였다. 그리고…… 그렇게 귀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으, 하고 질색했다. 

 

 

“그건 싫어.”

“맘대로 하라며.”

“안 돼. 싫어.”

 

 

이제는 내가 표정을 찡그렸다. 하지만 너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 마음대로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는 건지 이해하지도 못하겠고 받아들이지도 못하겠고 그러니 따르지 않겠다, 는 듯한—어떻게 그걸 다 눈에 담아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단호하게 거부했다.

 

 

“안 돼.”

“안 됩니까?”

“응.”

“싫어.”

 

 

내 손이 먼저 나간 건 태연하고 뻔뻔한 네가 무척 얄미웠기 때문이다. 너에게 타격을 준다거나 어떤 피해를 입히려는 게 아닌 얄밉다, 는 감정의 비언어적 표현, 행동이었기 때문에 너도 내가 너를 때리도록 그냥 내버려 둔 것 같다. 당연히 내 손이 아팠고, 단단한 소리가 났고, 네 위에 있던 눈이 조금 더 아래로 후두둑 떨어졌다. 너를 때려 놓고 나는 투덜거렸다. 맹꽁이 뭐야? 맹꽁이. 왜 하필 맹꽁이야? 대체 어디서 그런 단어를 떠올린 거야? 내가 그렇게 생겼다는 거야? 너는 내가 투덜거리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 어쩌면 무시했다.

 

그러다가 마치 지나가는 것처럼 툭 내뱉었다.

 

 

“그럼 처음부터 잘 알려주던가.”

 

 

그게 얄미워서 나는 너를 한 대 더 때렸다. 아야. 네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조금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 감탄사를 뱉었고, 여전히 웃음기는 전혀 없었다. 너는 진짜, 처음부터 그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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